2026년 새해에 톺아보는 2025년 한국문학 열 권 추천

출처: 여성시대 표류


주관을 바탕으로 쓰였으며 추천 순서는 랜덤입니다.





김애란 단편소설집
안녕이라 그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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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대체로 진부하지만 그 진부함의 어쩔 수 없음, 그 빤함, 그 통속, 그 속수무책까지 부정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고. ‘인생의 어두운 시기에 생각나는 건 결국 그 어떤 세련도 첨단도 아닌 그런 말들인 듯하다’고 했다. ‘쉽고 오래된 말, 다 안다 여긴 말, 그래서 자주 무시하고 싫증냈던 말들이 몸에 붙는 것 같다’고.

정이현 단편소설집
노 피플 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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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모르는 일들, 자신만 모르는 일들은 사방에 얼마나 많은가. 슬며시 발톱을 감추고 있다가 결정적인 순간을 노려 호되게 뒷덜미를 할퀴는 그런 일들은.

 

김이듬 시집
아무도 미워하지 않고 한 계절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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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듣는 음악처럼 귀에 들어온다
네가 올 거니까
새벽은 더 이상 푸른 절벽이 아니고
밤은 더 이상 미완의 종말이 아니다

「에튀드」

구병모 장편소설
절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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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을 펼칠 때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면, 세상의 코어를 이루는 것이 반드시 희망 내지 사랑만은 아니며 도저히 화해할 수 없는 인간들과 혹은 도저히 견딜 수 없는 나 자신과 필연적으로 상종하거나 공존하는 것이 인간의 삶이자 태초부터 운명지어진 비극이라는 사실이지. 그리고 그 비극을 견디는 게 인생의 거의 전부야.

이민하 시집
우울과 경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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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부르며 우리를 향해 우리 속으로 달려갔어요
젖은 해변에 누워 주고받는 인공호흡처럼
티끌 없는 마음과 다만 한걸음

벽이 닫히면 틈이 열리고

우리는 문득 밤에 가까워지고
처음 보는 사람들처럼
알 수 없는 문장처럼
한번도 꾸지 않은 꿈처럼

「이 터널 선샤인」




천선란 연작소설
아무도 오지 않는 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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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죽을 것 같고, 가끔은 이미 죽은 것 같은데, 당장 무너질 것 같은 몸에도 이토록 단단한 뼈가 있구나. 무너지지 않겠구나. 나 약하지 않구나. 살아 있구나. 살아 있는 걸 마음에서 죽이지 말아야지. 살아 있는데 미리 죽이지 말아야지. 살아 있다는 것만 생각해야지.

최진영 에세이
내 주머니는 맑고 강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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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이어서 정말 미안해. 하지만 너와 내가 다르기에 우리는 사랑할 수 있어.
⠀사랑이 자취를 감추면 기다리자. 사랑도 지겨워져 바깥으로 나가고 싶을 때가 있겠지. 고치는 대신 새로운 에피소드를 쓰고 싶을 때가.

김혜순 시집
싱크로나이즈드 바다 아네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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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을 깔고 잠드는 시린 밤
우리에게 무관심한 이 슬픔
자기 전에 물 한 잔 마실래?

우리를 천천히 들어 마셔버리는 초승달

「초저녁」

김혜진 장편소설
오직 그녀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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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극적이기보다 안정적인 것이었다. 그것은 오래전 자신이 상상한 것처럼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수 있었으나 다른 모든 것을 압도하는 방식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모든 것에 스며드는 방식으로 기능했다. 그건 언제나 결과가 아니라 과정 속에 존재하는 무엇이었다.

이실비 시집
오해와 오후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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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고 싶어. 너랑 오래 함께 행복하고 싶어.
나는 네게 무엇도 휘두르지 않고
너는 나에게 어떤 멸칭도 붙이지 않은 채.
폭력과 가장 먼 곳에서 웃고 싶어.

그런 웃고 싶은 욕망이 매일 저지르는 가장 큰 폭력.

「내가 아는 폭력」






열 권의 책,
모두 2025년에 나온 한국 여성 작가 책 속 구절이야

자신의 글들이 조각조각 유명해져도
누구의 글인지도 모른 채 소비되고
손에 잡히는 건 없어서 슬프다는
어떤 작가의 말을 봤었어

이 글 속 한 문장, 한 단어라도
여시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있기를 바라

마침내 책으로도 만나게 되기를 바라

2026년 독서 결심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