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지난 아시안컵에서 무릎을 꿇었던 일본(U-21)과의 리턴매치에서 ‘군필 공격수’ 이영준(그라스호퍼)의 멀티골에 힘입어 2-1 신승을 거뒀다. 비록 두 살 어린 동생들을 상대한 것이었으나, 한일전 승리라는 상징성만큼은 분위기 반전의 촉매제가 되는 듯했다.
하지만 승리의 기쁨 뒤에 가려진 균열은 심각했다. 수비 조직은 모래성처럼 흔들렸고, 골대 행운이 아니었다면 실점을 면하기 어려운 장면도 있었다. 결과와 내용 사이의 괴리는 불안한 전조였다.
결국 우려는 현실이 됐다. 이어진 미국(U-22)과의 평가전에서 이민성호는 1-4라는 충격적인 스코어로 침몰했다. 선발 명단 10명을 바꾸는 실험을 병행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안방에서 당한 무기력한 대패는 어떤 변명으로도 덮기 어려웠다.
전반 7분 코너킥 상황에서 선제 실점을 내준 한국은 5분 뒤 박승호의 페널티킥으로 균형을 맞췄으나, 불과 3분 만에 다시 실점하며 자멸했다. 이후 전반 33분과 후반 막판 쐐기골까지 헌납하는 과정에서 수비 라인은 속수무책으로 붕괴됐다. 상대의 강한 압박에 빌드업은 사방으로 튀었고, 반복된 실수는 곧장 실점으로 직결됐다.
이민성 감독은 아시안컵 부진에 대해 “아시안게임을 위한 시뮬레이션”이라 정의하며 반전을 예고한 바 있다. 그러나 최정예 전력을 가동한 이번 소집에서도 수비 불안이라는 고질병은 치유되지 않았다. 재신임의 유일한 명분이었던 과정마저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이제 선택의 시간은 촉박하다. 본 대회 전까지 남은 소집 기회는 기껏해야 한두 번뿐이다. 아시안컵 명단 생존자가 단 5명에 불과할 정도로 팀을 통째로 갈아엎었지만, 아시안게임을 불과 반년 앞두고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하는 이민성호의 금메달 여정은 그 어느 때보다 위태로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