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라는 거, 씹어먹으면 아마도 이런 맛이겠지

출처: 여성시대 WA-R-R
https://h21.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20835.html (슬픔에도 유통기한이 있을까 – 신형철 / 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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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았다. 맥주에 유통기한이 있는 줄 몰랐다. 복통과 설사에 시달리면서도 그저 지난밤의 과음을 자책했을 뿐 술 자체에 문제가 있으리라곤 생각지 못했다. 잊지 말자, 맥주의 유통기한은 1년이다. 사랑에도 유통기한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생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대략 18~30개월이 된다. 그러나 그런 거 생각하다 보면 사랑 못한다. 잊자, 18개월이건 30개월이건. 그렇다면 슬픔에도 유통기한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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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은“슬퍼하자 실컷”이라고 말한다. 왜? 내일의 슬픔은 오늘의 슬픔보다 옅을 것이고, 모레의 슬픔은 내일의 슬픔보다 옅을 테니까. 그렇다면 슬픔의 유통기한은 3일인가. 아무튼 이것은 “슬픔의 넷째 날”을 알고 있는 자의 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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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은 가을, 너절한 슬픔들의 침투에 심신이 허약해지는 계절이다. 그러나 얼마나 다행인가. 하마 나는 너를 잊었다. 그리고 이제는 너를 잃은 슬픔까지도 다 잊었다. 그런데 왜 즐겁지가 않은가. 뭔가 한 뼘 더 타락한 듯도 하고 영혼의 뱃살이 늘어난 듯도 한 이 기분은 뭔가. 슬픔이 유통기한을 넘기면 씁쓸함으로 변질되기 때문이다. 인생이라는 거, 씹어먹으면 아마도 이런 맛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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