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년동안 30초만 기억할 수 있었던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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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몰레이슨Henry Molaison

H.M이라 불렸던 그는 7살때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졌다

이마에 단순한 타박상만 있었지만 이후 간질 발작이 시작되어
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

치료를 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그러던 그는 1953년, 27살이 되던 해에
뇌수술을 받았다

당시에는 간질이나 정신분열증을 치료할때 뇌를 절제해야한다고 생각하던 시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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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의 측두엽의 대부분이 절제되었다
편도체와 해마의 3분의 2가 잘려져 나갔다

놀랍게도 간질 증상은 줄어들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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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수술 이후에 “새로운 기억”을 전혀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었다

이전의 기억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모두 기억했다
그러나 “새로운 기억”을 30초 이상 기억하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면
단기 기억 능력은 있는데 이를 장기 기억으로 전환하는 능력이 소실된 것이었다

자신을 찾는 사람들에 대한 기억도
오늘 자신이 무엇을 먹었는지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무것도 기억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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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의 특이한 케이스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었다

그는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새로운 정보를 수천번 이상 기억해야했다.

하지만 30초가 지나면, 아버지의 부재를 기억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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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는 메모 하나를 지갑 속에 가지고 다녔다

기억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사실 우리의 감정도 뇌에 기억된다
헨리는 감정 기억에 대한 능력은 상실하지 않았기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슬픈 감정은 기억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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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는 괴로웠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슬픈 감정은 있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기억은 없는 상태

이 끔찍한 상황이 계속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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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55년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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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렌다 밀너라는 뇌신경과학자는
헨리에게 별을 그려보라고 시켰다

헨리에게 오각형 별을 선 따라 그리게 하면서 연필이 선 밖으로 나오지 않게 하라고 요청했다.
책상 위에 거울을 비스듬하게 세워 자신의 손과 연필을 볼 수 없는 상태에서 거울에 반사된 모습을 보며 별을 그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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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는 매번 이 실험을 할 때마다 이걸 왜 하는지, 어떻게 하는지는 기억 못했지만

재미있게도 그의 그림 실력은 나날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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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이 되었을때, 헨리는 보행보조기를 사용했다

그는 자신이 왜 이걸 써야하는지 매번 물어봐야했지만
조작법은 반복 학습을 통해 익힐 수 있었다

연구진들은 이를 통해 학습 능력이 측두엽이 아닌 다른 뇌영역에서 담당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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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젠 코킨 박사는 박사 과정 때 헨리 연구를 시작했다
모든 연구자들은 헨리에게서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면 그를 떠났다

하지만 수젠 박사는 달랐다

그녀는 헨리의 친구이자 보호자가 되었다
헨리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했고
그에게 접근하는 가짜 연구자를 가려냈다

무엇보다 헨리를 구경거리로 만들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다

수젠은 이렇게 말했다

“(30초의) 단기기억에만 의존해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헨리가 겪은 일은 틀림없는 비극이지만, 정작 헨리 자신은 좀처럼 고통스러워 보이는 일이 없었으며 항상 헤매고 두려워하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헨리는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그 순간을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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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그는 82세의 일기로 숨을 거두었다
새로운 기억을 잃은지 55년이 지난 해였다

현재 그의 뇌는
캘리포니아대학 뇌인지연구센터에 보존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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