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5/0005230479
공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싱글 여성 박모 씨는(38)는 최근 밍크·양털 제품 등 모피를 ‘끊었다’. 20대 시절부터 용돈만 모이면 옷을 사입던 박 씨는 겨울만 되면 화려한 모피 제품을 자주 사들이곤 했다. 하지만 모피 코트를 만드는 영상을 보고 잔인함에 충격을 받은 이후 모피 제품을 사지 않게 됐다. 길거리에서 만나 임시보호를 하다가 한 가족이 됐다는 고양이도 ‘비건 패션’으로 바뀌는 데에 영향을 미쳤다.
박 씨처럼 모피의 화려한 느낌을 선호하지만 가치관 변화로 천연 모피를 구매하지 않는 이들이 늘고 있다. 동물성 재료를 배제한 비건 열풍이 음식을 넘어 패션에도 불기 시작한 것이다. 가치소비를 중요하게 여기는 2030세대에게 ‘동물 보호’나 ‘식물성 재료’ 키워드가 매력적으로 다가가기 때문. 이 같은 비건 패션족들이 모피 대신 선택하는 제품이 ‘페이크 퍼’다.
과거 인조 모피나 인조 가죽, 인조 스웨이드는 진짜가 너무 비싸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싸구려 대체재였다면, 최근엔 기술의 급속한 발달에 힘입어 진짜와 거의 구분하기 힘든 고급 인조 소재들이 대거 출현했다. 부드러움, 재질의 외관, 방한효과 등에서 실제 모피에 거의 육박한 이 가짜 모피들은 럭셔리 브랜드의 경우 몇백만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퍼 기장 또한 다양해졌다. 일명 ‘뽀글이’로 불리는 짧은 퍼에서부터 길고 부드러운 퍼 등 다양한 질감의 퍼 아우터가 등장하며 선택지가 넓어졌다. 그레이, 브라운 등 색감도 다양해졌으며 의류 기장도 숏, 미디, 롱으로 세분화됐다. 집업, 버클, 토글, 하이넥 등 디테일을 잘 살린 제품들이 많아지면서 페이크 퍼가 하나의 패션 카테고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 패션업체 관계자는 “캐주얼라이징과 다양화를 통해 일상 속 깊숙이 파고들며 ‘페이크’라는 단어 자체에 대한 거부감도 사그러들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