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파티쉐로 7년간 일하면서 느낀점

한국과의 차이점에 대해서 써 보겠음

누군가가 프랑스와 한국의 제과에서 가장 다른점이 뭐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자신있게 standardisation(표준화) 라고 말할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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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제과 프랜차이즈를 예로 들겠음.
여시들 파바도 매장마다 맛 다른거 알지?
공장에서 떼와서 이미 실링이 다 된 <공장빵>말고, 다른 빵들은 매장에서 기사님들이 직접 구워서 팔잖아.
레시피가 있지만 속재료의 양이라든가, 굽기라든가, 성형이라든가 여러이유로 맛이 꽤 달라. 왜냐면 한국에서의 공장빵 인식이 좋지 않아서, 프랜차이즈여도 각 지점에서 기사님들이 직접 따끈하게 굽는 빵을 더 신선하다고 생각하는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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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는 정 반대임.
피에르에르메의 마카롱은 파리 지점에서 먹든, 다른 도시에서 먹든 맛이 똑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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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기본적으로 이런 라보(labo, laboratoire) 라는 곳에서 대량으로 만들어서 각 지점으로 배송하기 때문임.
규모가 어느정도 있는 프랜차이즈 대부분은 이런 라보(주로 파리 외곽이나 월세가 저렴한 소도시)에서 전부 만들어서 각 지점으로 배송만 함.

크루아상같은 빵들도 이미 전부 구워서 배송오거나, 생지를 배송해서 매장에서 굽기만 함.

재료들도 보통 멸균 처리된 유제품을 쓰고
노른자, 흰자, 전란이 구분된 달걀 가공품 등
(프랑스에서 달걀 하나하나 깨서 쓰는 제과점 거의 없음)
재료와 공정의 표준화에 대해 아주 신경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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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케이크도 한국에서는 생크림 케이크가 국룰(?)이라면 프랑스는 이 앙트르메(Entremets)가 국룰이거든!
보통 앙트르메는 무스, 인서트, 비스퀴, 크루스티앙(크런치), 글라사주(글레이즈) 같은 형식이어서 대량생산하기에 용이해.
어차피 틀에 무스를 붓고 냉동해서 꺼내는 과정이라 생크림 케이크처럼 그 자리에서 하나하나 아이싱하는 애들이 아니거든.

나 일했던 곳은 연말 시즌 케이크를 8월부터 만들었어! 그리고 특수 급속냉동 처리를 해서 연말까지 절대 냉동고 문을 열지 않아. (앙트르메 보관 만을 위한 냉동고가 존재함) 이런 특수 급속냉동은 냉동고 쩐내(뭔지알지..) 이런거 1도 안나고 그냥 일주일전에 만든거랑 구분이 불가능함. 그래서 연말시즌 야근없이 8월부터 차근차근 비축해놓으면 돼 ㅎㅎ 12월에는 냉동고에서 앙트르메를 꺼내서 하루종일 글레이즈만 입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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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당연히 artisanal(장인이 직접 만드는 곳)이라고 쓰여진 동네 제과점들도 있지.
프랑스 법으로 artisanal 이라고 적힌 빵들은 직접 전부 제조해야해. 안 그러면 불법임

근데 그거 알아? 저 artisanal이라고 쓰여지지 않는 빵집들의 80%이상이 공장생지 (특히 크루아상같은 비에누아즈리)를 떼 와. 디저트도 이미 전문 제과점에 납품하는 라보가 따로 있을 정도임.

그리고 이런 장인 베이커리 수가 프랑스에서 점점 사라지는 추세기도 하고 (슬프지만 돈이 잘 안됨 ㅠ 당연한게 크루아상 만들기 힘든데 1유로 후반이나 2유로가 되면 비싸다고 안 사먹거든..)
프랑스에서 크루아상 2유로가 한국에서 공기밥 2천원이랑 비슷한 포지션(?)임. C’est trop cher.. (너무 비싸다) 난리침. 동네 장사 안됨…
크루아상 만드는거 어려운데다 판버터도 일반 버터보다 가격이 더 비싼데 1.3유로 일케 팔아서 어느 세월에 돈 벌어😭 그래서 생지같은거 떼와서 굽기만 하고, 대신 바게뜨 샌드위치나 점심 메뉴(음료, 샌드위치, 디저트 세트) 로 돈 버는 빵집 많아. 어쩔수없어 먹고 살아야지…

그리고 처음에 장인제과점으로 시작했다가 규모가 커지면 라보로 이사가는 경우도 있고. 왜냐면 지점마다 맛 편차가 큰게 (한국에서는 이걸 수제로 어필하지만) 프랑스 파티스리계에선 능력 부족(쉐프의 표준화 부족)이라고 판단하는 경우도 많아! 신기하징

왜냐면 제과학교 첫 시간에
요리(cuisine générale)과 제과(pâtisserie)의 가장 큰 차이점이 précision, rigeur, standardisation (정확함, 엄밀함, 표준화)라고 배웠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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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 짜다, 제과 = 달다가 아니라 ㅋㅋ
예를들어 프렌치 토스트 (달달함, 하지만 제과가 아니라 요리에 가까움. 계란물을 개당 10g씩 흡수한다 이렇게 하진 않으니까.. 불 조절에 따라 맛도 다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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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che (이거 약간 파이같은거, 식사로 먹음) 근데 얘는 파티스리임
그만큼 이 표준화를 제과의 큰 가치로 보는 시각이 있어!

파리의 트렌디한 제과점들 중에 많이들 라보에서 생산되고, 규모가 커질수록 라보에서 만들어서 배송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야.

또 다른 현실적인 이유 중에서는 임대료 때문에… 파리 임대료 >>> 배송비용
임대료 낮은 외곽에서 한꺼번에 만들어서 배송하는게 훨씬 더 경제적임. 파리에서 성공한 제과점들도 다 외곽으로 빠져 ㅋㅋ 그러면 파리에서는 딱 쇼케이스 놓을 공간과 직원 몇명만 두면 운영 가능하기 때문에 …

가끔 통유리로 과정 보여주는 제과점 있는데, 실제 만드는 경우도 있지만 라보에서 다 만든거 조립하는것만 퍼포먼스로 보여주는 곳도 있음. (내가 다녔던곳 중에… 흠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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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한국에서는 이제 공장빵이 맛 없고 안좋다는 인식이 있잖아. 실제로 슈퍼에서 만든 빵이나 과자가 제과점에서 파는것보다 맛이 떨어지기도 하고.

그런데 만약
고급 재료 (버터, 유제품, 초콜릿, 밀가루)를 쓰고
퀄리티가 최대로 보존되는 급속냉동으로 배송해서 해동하면..? 이 냉동법도 발전중임

사실 저런 반죽 짜는건 기계가 더 일정하게 잘함
초콜릿 템퍼링은 기계가 장인보다 더 정확함.
크루아상 생지 만드는 자동공정이 (온습도 조절되는 공장에서 일정하게 재단함) 더운 여름날 장인이 가게에서 만든 것보다 퀄리티가 좋다면?
슈반죽을 수제로 만들면 호화되는 정도나 그날의 습도 등에 따라서 조금씩 질감이 다른데, 공장에서 통제된 환경에서 완벽한 식감을 날마다 똑같이 구현한다면?

내가 다닌곳 중에 하나는 레스토랑에 디저트를 납품하는 라보였는데, 일부러 모양을 조금씩 다르게 보이려고 (수제처럼 보이려고) 날마다 칼선방향을 아주 살짝씩 다르게 랜덤으로 조정하거나, 틀이 같은 모양인데 mm 단위로 조금씩 다른 틀에서 찍어내거나 그랬음ㅋㅋㅋ 아주 미묘한 차이지만 눈여겨봐야 티 나는 (아주 정밀한 테크닉을 가진 쉐프가 만든 차이정도..?)
그래서 맛이 일정하고 잘 만들어진 수제처럼 보여.

전문가들도 공장 디저트와 홈메이드 디저트를 구별이 힘들 정도로 발전 중임

얘네가 은근히 보수적이면서도
아이러니하게 이 표준화, 규격화는 고도로 발전중임
왜냐면 날마다, 지점마다 편차 없이 같은 맛을 내는게 쉐프의 (공정상의) 실력이라고 보는 견해거든!

그래서 각 지점에서 레시피를 받아 만드는 한국식 프랜차이즈는 필연적으로 지점간 맛의 편차를 불러오기 때문에 프랑스에는 잘 없어. 중앙 통제실인 라보에서 한꺼번에 만들어서 각 지점에 배송해야 컨트롤이 가능함. 그리고 이 컨트롤을 위해 기계화나 급속냉동이 끊임없이 발전중…

그리고 매장안에 주방이 있으면 여름에 아무리 에어컨을 틀어도 겨울과 온습도가 다를 수 밖에 없잖아. 진짜 더운 여름에 생크림 파이핑하면 줄줄 흐르거든. 근데 규모가 큰 라보는 에어컨이 아니라 공조시스템이 돌아가서 (오바하면 반도체 클린룸마냥) 라보 전체가 사시사철 일정한 온도(제과 영상 12도, 제빵 영상 25도)와 일정한 습도를 유지해. 특히 초콜릿같은거 다루기에 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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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재밌는건 페이스트리나 디저트 쪽 말고
불랑제리 쪽에서 levain(르방) 사용하는 천연 사워도우 쪽은 다시금 장인 빵집이 각광받고 있음.

왜냐? 이건 파티스리보다 표준화가 더 어렵거든. 발효종이 생물이라서, 초콜릿처럼 온습도만 조절한다고 같은 결과를 일정하게 내는게 아님 얘네가 좀 개복치임🤷🏻‍♀️🤦
그래서 사워도우 전문점은 아직까지 라보에서 통제하는것보다 장인들이 만드는걸 더 쳐줘!

여기에 대해선 나중에 자세히 또 써줌 (궁금한 사람이 있으면…)

표준화 / 규격화가 쉬울수록 반대로 기계나 로봇이 대체되기가 쉬워지는데

Tour(크루아상, 뺑오쇼콜라 같이 버터 넣고 겹겹이 접는 빵들) >> 부띠끄 디저트 (몇 품목은 사람보다 뛰어난 경우 있음.. 잘 만들면 기계로 만든게 더 맛있다?) >> Dessert à l’assiette (플레이팅 디저트) >>>> levain 천연 발효종 (가장 까다로움)

그래서 나 아는 파티쉐 지인도 원래 Tourier (투리에 : 크루아상같은 비에누아즈리를 전문으로 만드는 직업)인데 이 친구도 미래를 봐서 파인다이닝 디저트쪽으로 파트를 옮겼음.

레스토랑 디저트도 라보에서 납품받은거 그냥 해동해서 접시에 올려서 소스 바르고 가니쉬만 올리는 곳 있음 (이런곳 프랑스에 많음.. 몰랐지? Tmi인데 동네 비스트로 파티쉐 월급 1800유로도 안주는데 뺑이쳐서 많이 그만둚) 그래서 파티쉐 따로 안 뽑고 일반 요리사들이 납품받은거 장식만 좀 하면 하면 손님들도 거의 모르니까 많이들 그렇게 해. 레스토랑 납품만 전문적으로 하는 라보가 얼마나 많은데….

근데 이제 파인 다이닝으로 갈수록 오히려 직접 만들고, 이제 즉흥성이 중요한(부띠끄에서 구현할 수 없는)건 손으로 만드는게 많아.

예를들어 사르르 녹는 무스 거품같은거 즉석에서 휘핑하고 그 자리에서 올려서 서빙해야하니 (미리 만들어두는게 불가능한 품목들) 그리고 아직 로봇팔은 정해진 동작만 입력해서 수행하는데 입체적이고 테크닉이 필요한 플레이팅이 어렵지. 그때그때 필요한 섬세한 초콜릿 장식같은거 아직 로봇이 따라가기 힘들어. 그래서 내가 판단하기엔 미래에 오래 살아남는게 천연발효종이나, 재료의 신선함을 어필하는 고급 레스토랑 디저트 파트라고 생각함.

솔직히 기계랑 일하면서 현타가 많이 왔음 한국에서는 무조건 공장제는 별로다라고 생각했는데 100% 자동화한 크루아상 먹어보니 충격적으로 맛있어서 (빵은 무조건 손맛이다 하는) 내 예상을 와장창 깼음
받아들여야할 건 받아들여야한다 생각하고 인간만이 할 수 있는걸 고민해 봐야할듯. 옛날엔 다 장인이 손으로 반죽해서 만들었지만 오늘날의 거의 모든 매장에서 반죽기를 쓰듯..
요즘도 일하면서 고민중이야.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최후의 파티스리는 뭘까 하는!

글고 규격화 말고 또 다른 차이점이 뭐냐면 제과와 제빵을 바라보는 근본적인 시각의 차이라고 할 수 있겠음
그냥 프랑스 제과와 한국 제과는 태생부터 다르기 때문에 (역사도 다르고, 전통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고, 인식도 다르고)
그래서 이 차이점을 제대로 분석하지 못하고 그대로 수입하면 이제 망하는 지름길이 되는거

해외 프랜차이즈 중에 이제 한국 입맛에 맞춰서 현지화에 성공한 곳들도 있는데 프랑스 브랜드들은 아무래도 표준화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현지와 같은 맛 추구) 그래서 빨리 망하는 경우도 많은것같음 (이건 정말 개인적 의견이긴 해..)

(댓글 달리면 계속 쓰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