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쓴 리스크 관리 글이 평소에 쓰는 잡글보다 당연히 조회수가 적겠지 하고 체념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많은 분들이 읽어주셔서 기쁩니다.
대체로 읽으신 분들이 이해를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을 보니
“2배 3배보다 1배가 위험하다는 걸로 들려서 이해가 안 된다” 라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리스크라는 표현을 세부사례별로 구분하지 않고 사용해 혼선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매매를 하며 겪는 여러 리스크들을 각각 어떤 종류의 리스크로 구분할 수 있는지 정리해보겠습니다.
그리고 이 글은 단순 매매, 특히 레버리지와 증거금을 다루는 매매자의 생존론임을 밝힙니다.
개인의 단순매매 관점에서 작성한 글이기에 장기 분산 가치투자자, 기관투자를 접해본 분과는 관점이 다를 수 있습니다.
단순배율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나의 전체 자산 중 얼마를 한 번의 판단에 노출되고 있는가
즉, 포지션 자체의 위험과 전체 자산의 붕괴 위험은 다른 말입니다.
1. 위험의 분류
포지션 자체의 위험과 전체 자산의 붕괴 위험 등을 표로 명확히 분리해 보겠습니다.

레버리지가 높을수록 포지션 위험은 커지지만 격리와 자산배분을 잘 조절한다면 그것은 해당 계좌 내의 사건으로 제한할 수 있습니다.
낮은 레버리지에 방심해 전재산을 한 번에 건다면 전체 자산 위험은 훨씬 커질 수 있습니다.
이 둘은 서로 다른 위험을 이야기하는 것이었습니다.
2. 자산분배에 따라 현물도 위험할 수 있다.
다음 표로 한 번 더 설명해 보겠습니다.

여기서 B의 포지션 자체는 A보다 공격적이지만, 최악의 경우에서의 손실은 같습니다.
B의 포지션 배율은 C보다 높지만, 최악의 경우에선 C가 훨씬 치명적입니다.
즉,
포지션의 배율만 볼 것이 아닌, 전체 자산 중 얼마를 그 판단에 묶었는지를 봐야 한다
입니다.
3. 경계할 것은 ‘고배율’ 하나가 아닌, ‘전재산 노출’
가장 큰 문제는 배율보다도
잘못되었을 때 내 인생 전체가 같이 무너지는 구조
가 생기는 것입니다.
물론 고배율을 쓰는 사람도 당연히 위험하지만, 오히려 인생이 무너지는 수준의 손실은
1. 배율이 낮다고 안심
2-1. 전체자산을 한 포지션에 묶기
2-2. 처음에는 일부 자산을 투입했다가 손실이 나면 추가 입금으로 2-1과 다를 바가 없는 상황 되기
3. 처음 세웠던 계획을 손실 구간에서 안 지키고 계속 바꾸다 손절 타이밍 놓침
의 단계로 많이 귀결되고, 실제로 제가 제일 많이 본 사례입니다.
4. 증거금 추가는 전체 자산 위험의 지름길
제가 특히 기피하는 것은 잘못된 포지션에 증거금을 추가 투입하는 행위입니다.
다들 막상 청산라인이 가까워지면
“일단 추가 증거금 입금으로 급한 불부터 끄고 다시 판단하자”
“여기서는 추가 입금으로 일단 버티고 반등만 나오면 무조건 손절해야지” (반등 조금 나오면 진짜 반등이라 기대하다가 손절 못 함)
“지금 던지면 너무 아깝다”
라는 판단을 내리게 되고, 저 또한 사람인지라 억제하기 힘들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본다면 이러한 행위는
손실이 커진 상태에서,
감정이 개입된 채
원래 계획을 수정하고,
더 많은 자산을 같은 실수에 묶는 행위일 뿐입니다.
매매에서 사람이 가장 이성적인 순간은 대체로 무포지션 상태일 때고,
무포지션 상태에서 정한 계획과 손절 기준이 제일 정확할 것이기에,
손실 구간을 맞이했을 때 함부로 계획을 바꾸면 안 됩니다.
5. 실제로 사용한 위험 관리 방식
더 이해하기 쉽게, 제가 실제로 사용했던 매매 사례를 소개하겠습니다.
제가 2018년 비트맥스에서 매매할 당시
청산메일을 한 30번 정도 받아봤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현물거래소에서 옮긴 입금기록은 크게 두 번, 선물거래를 시작하기 위해 업비트에서 18년 3~4월 약 2~3비트가량 분할입금한 것과
18년 9월 리플청산 후 약 4비트 입금한 것이 다입니다.
결국 청산은 30번 당했지만, 청산으로 인한 입금은 한 번이었다는 것인데,
청산 횟수가 아닌, 청산이 내 전체 자산을 얼마나 훼손하는가
에 특히 집중해 관리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썼던 원칙을 정리하면
– 거래소에 있는 자산 전부를 한 포지션에 증거금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 포지션은 무조건 교차가 아닌 격리 포지션으로 관리한다.
– 포지션이 잘못되어도 손실이 해당 계좌 전체나 전체 자산으로 번지지 않게 한다.
– 손실 구간에서 증거금 추가 투입을 최대한 기피한다.
였습니다. 쉽게 말해, 여러번 틀려도 죽지 않는 구조를 만들려 했습니다.
이 시스템은 Stop-Loss와 비슷하지만, 스탑로스는 호가가 잘못 밀리면 예상한 금액보다 더한 손실이 나는 반면,
청산 시스템은 호가가 밀리는가와 상관없이 고정된 “자동청산 프리미엄” (10배포지션의 청산가가 10%가 아닌 9.7%정도에 형성되어 있는 이유)
을 내면 됩니다. 이를 표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당시에는 비트맥스의 악명 높던 “Overload” (서버 과부하) 현상으로 제가 스탑로스로 호가 밀리는 손실이 자동청산 프리미엄보다 훨씬 높았기에 이 시스템을 사용하였고,
이는 거래소의 상황, 시장의 호가 상황에 따라 어느 쪽이 더 이득이냐가 달라집니다.
중요한 것은 어느 방식이 절대적으로 우월하다는 것이 아닌
손실을 계획 밖으로 키우지 않는 구조가 있는가?
입니다.
6. 원칙을 어기면 발생하는 일
제가 이 원칙을 어기고 가장 큰 피를 보았을 때가 있습니다.
저의 매매사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그 사건, 리플청산입니다.
때는 2018년 9월 21일 제 전체 자산이 약 3.5억원이었던 시점
당시 리플은 하루 만에 80% 급등했고,
이에 저는 숏포지션을 구축했었습니다. 청산가는 진입가의 30% 위로 잡았습니다.
얼마 안 가 청산가 근처에 도달하자 무리하게 그동안의 격리 원칙을 어기고 증거금을 추가 투입했고,
배율도 거의 1배 수준이라 안전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몇 시간 안 되어 예상 밖의 상승으로 청산당했습니다.
(비트맥스의 시스템상 비트코인 1배숏은 청산가가 무한이지만, 알트 1배숏은 다른 선물거래소와 같이 진입가격의 2배가 청산가 입니다.)
당시 비트코인은 횡보 – 하락장이었고, 리플정도 되는 시가총액의 코인이 그 상황에서 갑자기 3배가 뛰는 것은 전례가 없어 더욱 확신했고,
이에 대해 증거금 추가라는 잘못된 대응을 한 것입니다.
당시 비트맥스에 1.5억원이 있었는데, 사태가 끝나고 나니 30만원이 남았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높은 배율을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단기간에 치명적인 손실을 입었다는 것입니다.
많은 자금을 딱 한 번의 예외에, 증거금으로 묶어버린 순간 발생한 일입니다.
원칙을 지켰다면 1억원 정도는 남았을 것입니다.
저것이 전재산이었다면 재기가 불가능했겠지만, 큰 틀의 자산배분 원칙은 지킨 덕에
업비트에 2억원 정도가 남아있었고, 약 4비트 정도를 입금하여 매매를 이어갔습니다.
큰 손실은 대개 처음의 틀린 진입보다, 그 뒤의 원칙을 바꾸는 행동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 사건이었습니다.
7. ‘고 증거금 저배율’ 의 위험성 정리
앞서 말한 부분을 한 번 더 정리하고 넘어가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레버리지만 낮추면 안전하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하지만 배율에 집중한 나머지 증거금 규모를 위험요소에서 배제하는 때
저는 오히려 그때가 더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다음 사이클에 빠지기 쉽기 때문입니다.
1. 배율이 낮아 중요한 변곡점에서 방심
2. 청산가가 멀거나 없으면 큰 손실구간에서 손절을 미루고 더 버티는 경향
3. 손절을 미룬 결과 돌이킬 수 없는 손실
즉, 저배율은 무조건 안전하다기 보다, 전재산을 노출하지 않고 손절을 철저히 지킬 때 안전하다
이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원칙을 지키는 고배율보다 치명적 수 있다
라는 이야기입니다.
8. 현물은 선물과 다른 방식으로 위험하다
포지션만 놓고 보면 강제청산이 존재하는 선물과 달리 강제청산이 존재하지 않는 현물이 더 안전합니다.
그러나, 전체 자산의 생존성 관점에서는 배분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현물손실은 선물청산과 다른 방식으로 더 방심을 유도하고, 더 느리게 접근해옵니다.
상품 자체의 위험성은 현물이 훨씬 안전하지만, 사람을 여려 방면으로 방심에 빠트립니다.
이 때의 사이클은
1. 현물이라는 이유로 진입 시 손절선을 명확하게 잡지 않음 (현물이니까 버티면 되겠지라는 마인드)
2. 물타기로 평단가 낮춰보기를 반복
3. 사실 장기투자라고 말 바꾸기
4. 손절선을 놓쳐 -40%, -60%, -80% 같이 점점 내려오는 미실현손익에 익숙해짐
5. 결국 체념해 -99%등 제로에 가까운 수준까지 손 놓기
입니다.
이 과정에서 급하게 자금이 필요하거나, 심리적으로 완전히 무너지고 나서야 손절을 행하게 됩니다.
이 구조는 선물과 과정만 다를 뿐, 결국 매우 위험한 과정인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여기서의 추천 원칙은
– 이러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게 현물이도 손절라인을 명확하게 그을 것,
–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 당할 -99%를 대비하기 위해 전체 자산을 장기간 한 선택에 묶어두지 말 것.
입니다.
9. 현물을 안전하게 할 조건
현물매매가 안전할 조건과 한계를 짚어보겠습니다.
1. 장기적으로 훼손 가능성이 매우 낮은 상품일 것
– 여기에는 적금이나 채권 등이 해당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적금과 채권의 수익은 화폐가치 하락분을 메우는 것조차 아슬아슬합니다.
거기에 이자소득에 대해서는 상당한 고세율이 부과됩니다. 즉, 이 항목은 수익추구 행위 그 자체의 의미보다는 “안전자산 확보” 에 가치를 두는 것이 좋습니다.
2. 한 테마에 몰리지 않을 것
– 코인은 그 자체로 비트코인의 움직임을 따라가니 아무리 다양하게 담아도 한 테마기에 제대로 된 분산 규칙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주식매매를 예시로 든다면, 아무리 분산하더라도 배터리 관련 잡주 1종류를 장기보유 하나, 4종류를 장기보유 하나 파멸하는 결말은 똑같을 것입니다. 테마의 다각화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인간 심리상 한 가지에 꽂히면 그 관련 테마만 한가득 담게 되는 한계가 있습니다.
3. 손절 계획을 정확하게 지킬 것 (추가로 손절선을 정확하게 지켰을 때 매도를 제 가격에 할 수 있을만한 충분한 호가가 보장되어 있을 것)
– 하지만 인간 심리상 손절 구간에서는 마음이 바뀌는 한계가 있습니다.
각 조건의 특성과 그 한계를 명확히 인지한다면 좋을 것입니다.
10. 추천 원칙
위에 언급한 위험 사례들은 실제로 제가 겪고, 많이 목격한 사례들입니다.
이를 피하기 위해 추천하는 원칙은
1. 한 번의 판단에 전재산을 증거금으로 걸지 말 것
2. 혹여나 감정적인 상에 빠질 상황에 대비해 전 재산을 증거금으로 거는 것이 불가능하게끔 미리 장치를 마련할 것
– 입금 절차 복잡하게 해두기, 입금 상한 낮춰놓기, 일부러 입금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시스템을 사용하기 등
3. 손실구간에서 기존의 계획을 바꾸지 말 것
4. 증거금 추가 투입을 최대한 기피할 것
5. 전체 자산 노출 위험도에 제일 신경 쓸 것
– 고배율이어도 손실한도가 철저히 제한되어 있으면 덜 치명적입니다. 저배율이어도 전재산이 증거금이라면 매우 치명적입니다.
노출 위험도의 기준은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는 대체로 한 번의 선택에 1/3 이상 손실이 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3억원의 자산 중 1억원 이상의 손실이 한 번에 나지 않게, 그리고 손실이 났을 시 남은 2억 중 6700만원 이상의 손실이 한 번에 나지 않게 재조정 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위 원칙은 저도 사람인지라 감정적인 상에 빠졌을 시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지키려 노력한 결과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11. 오해 당부
설명하다 보니, 글이 길어져 하나를 당부하고 싶습니다.
이 글은 일부만 스크랩한다면 이해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단편적으로
“현물도 위험하다니 선물을 하겠다”
“적금이 화폐가치 손실도 제대로 못 메운다고 하니 절대 하지 않겠다”
라는 식의 이해는 곤란합니다.
제가 말하는 것은 특정 상품의 우월함이 아닌
내가 틀렸을 때 어디까지 잃고 끝낼 것인가를 미리 정해두자
입니다.
매매를 오래 해 본 사람일수록 이 말이 얼마나 핵심이면서 지키기 어려운 말인지 알 것입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이 이 원칙을 이해는 하지만 손절의 순간에는 지키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전 리스크 관리는 지루한 내용으로 치부할 것이 아닌, 계좌를 살리고 사람을 살리는 마지막 장치라고 생각합니다.
12. 맺음말
저는 투자가 아닌 단순 매매만 하는 사람입니다.
단순 매매는 제로섬에 가깝습니다. 한 쪽이 벌면 한 쪽은 잃습니다.
그렇다면 지속적으로 잃는 쪽은 어디일까요?
대개는
리스크 관리를 지루한 소리로 치부하고
원칙을 자주 어기고
살아남는 것보다 한 번에 큰 수익을 올리려는 사람입니다.
그러한 사람들은 언제나 존재하기에, 원칙을 지키고 오래 살아남는 것만으로도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됩니다.
제가 좋아하는 격언 중의 하나를 소개하겠습니다. 존경하는 워렌버핏의 동료 찰리 멍거의 말입니다
찰리 멍거는 장기 가치투자자이기에 생각이 상충되는 부분이 일부 존재하지만, 이 말은 대부분의 문제를 꿰뚫는 말이라 생각해 소개합니다.
“비행기 조종사를 살리려면 어떻게 죽일지를 생각하라, 돈을 벌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잃을지부터 생각하라”
어떻게 잘 될지를 생각하고 실천하려 하면 답이 잘 안 나오는 반면,
어떻게 해야 망할지 모든 경우의 수를 생각하고 그것을 기피한다면 잘 되는 길로 가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전 글과 이 글에서 매매하는 사람들이 망하는 최대 원인을 설명했습니다.
이것을 기피하는 사람과 기피하지 않는 사람의 차이는 장기적으로 매우 클 것이라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차트갤 펌